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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집에서 할 게 없다면
최저시급 비용을 들여 간단하게 한 시간을 훌쩍 보낼 수 있는 최고 잇템이 준비되어있다.
그것은 바로 '토이쿠키'
살면서 한 번도 제과 제빵이고 뭐고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인 나도, 충분히 척척 만들 수 있는 키트이다.
보통 쿠키를 만든다고 하면 뭐... 계량해서 반죽하고 발효하고 뭐 이래저래 손도 많이 가고 귀찮은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아닐 수도 있다. 사실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래서 남이 해준 음식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입장에서 저런 만들기류는 쳐다도 안 보는 입장인데
집에 조카가 있으니 어쩌다 보니 하게 되었다... 덧붙여서 포스팅하기 딱 좋은 메뉴라 좋았다.
구성품
누가 봐도 금손이 만든 귀여운 쿠키 모양이 박혀있는 상자가 왔다.
당연히... 내 블로그 썸네일 같이 흐느적거리는 초현실주의 쿠키가 상자에 있으면 아무도 안 살 테니....
어쨌든, 건강을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풀무원 답게 아이 엄마들이 좋아할 만한 멘트 구성으로 풍성하다.
- 자연재료!
- No! 착색료!
- No! 팽창제!
- 촉감 발달
와! 정말 아이들과 만들기 좋겠는걸~? (상시 광고 대기 중)
안에 상자를 열어보면, 이렇게 6가지 색상을 가진 반죽? 들이 플라스틱 안에 있다.
저 플라스틱 밑바닥에는 나름 누름틀...이라고 만든 그런 모양이 있는데
사진은 아쉽게도 없지만, 그다지 의미는 없는 게 플라스틱이 힘이 약해서 모양도 잘 안 나온다. 손으로 만들자.
쿠키를 굽고 쿠키를 저 안에 담아서 선물로 주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선물은 기프티콘으로 주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냥 이런 게 있구나 하고 넘어가자.
나 같은 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설명서다.
이제 이걸 따라서 만들어 보자.
1. 반죽을 녹여요~
실온에서 1시간을 두거나 전자레인지에 10초를 돌리라고 되어있다.
한국인이라면 전자레인지가 고장 나지 않은 이상 무조건 후자이지 않을까?
전자레인지가 없어도 근처 편의점 가서 돌려올 국민상이다.
돌리기 전의 모습이다.
사진으로만 봐도 꽤나 단단하게 얼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냉동실에 대략 3일 정도 두었었다.
그랬더니 너무 단단히 얼어서 대략 전자레인지 30~40초 정도 돌리니 적당하게 반죽이 녹았다.
약간 감자떡이 생각나는 비주얼이다. 촉감도 어떻게 보면 비슷하다.
살짝살짝 말랑말랑한 느낌으로 잘 녹았다. 느낌이 좋은걸?
2. 반죽을 말랑하게~
손을 깨끗이 씻어주고 반죽을 조물딱 조물딱 만져준다.
오랜만에 초등학교 미술시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초등학교 때 이렇게 뭐 점토로 만드는 거 하면 제대로 된 걸 만든 적이... 없었는데
항상 마지막에 애들끼리 색 섞어서 누가 더 큰 쓰레기를 만드는지로 끝났었지.
3. 내 맘대로 조물조물~
내 조카는... 펭귄 처돌이이다.
일 년 전? 아니 반년 전에는 오리에 그렇게 미쳐있었는데, 또 어느 순간부터 펭귄에 미쳐 산다.
맨날 혼내면 '아니거든! 나는 펭귄이거든!'이라고 말대꾸한다.
진짜 그럴 때마다 꿀밤 치고 싶은 마음 억누르느라 힘들다...
어쨌든 여러 팬덤의 극성팬 못지않은 펭귄 사랑을 가진 조카 덕에
삼촌은 여러 방면으로 펭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림이면 그림, 유니티 면 유니티, 점토면 점토 이제는 토이 쿠키까지...
역시 상황이 사람을 만드는 게 맞다.
뭔가 좀 이렇게 보니까 무섭게 생겼네
하지만 아무튼 펭귄이 맞다. 펭귄같이 생겼네
조카가 누름틀로 반죽을 눌러 이만큼 만들 동안 나는 저 위에 펭귄을 만들었다.
비주얼 측면에서 내가 압승이다.
참고로 저 사진에서 왼쪽 아래에 수제비 반죽같이 생긴 것은 조카가 말하는 '거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거미가 맞다...
내가 만든 건 아니고 조카가...? 만들었다.
뭔 만들려 했을까 펭귄일지도 모른다. 근데 저거 왠지 그거 닮았다.
꼬마 마법사 레미에 그... 마조리카...
아무튼 펭귄 만들고 나서 이것저것 반죽이 좀 남아서 다른 것도 만들어봤다.
쿠키의 정석 - 곰돌이 쿠키다.
만들기 제일 편해서 정석이지 않을까? 동그란 얼굴에 동그란 귀 두 개면 끝나니까.
그걸 보던 엄마도 뭔가 만들어서 옆에다 뒀는데...
지옥에서 돌아온 고양이?
아무래도 엄마가 요새 많이 힘든가 보다...
왜 바퀴벌레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는데 바퀴벌레도 좋아하는 미운 나이 5세의 작품이다.
이게 바퀴벌레라고 한다. 확실히 쳐다보기 싫다는 점에서 바퀴벌레와 같은 속성이다.
이쯤 만들었으면 많이 만든 것 같으니 한 번 구워볼까?
4. 에어프라이어에 140도 15분
예열을 좀 해주고 에어프라이어로 구워주자!
이렇게 저희처럼 오븐에 넣지 마세요...
설명지에 보면 유선지를 바닥에 깔고... 넣으라고 되어있어요...
바닥을... 만들어 주세요....
아무튼 이제 오븐에 넣었으니 기다려 보자.
15분은 애들한테 참 길다. 특히 아직 시간 개념을 모르는 아이를 상대하는 어른에게는 고역이다.
시간을 모르는데 어떻게 이해를 시켜야 할까? 15분 동안 언제 되냐는 말을 30번쯤 듣다 보면 귀에서 피 가흐르는 느낌이 든다... 오븐아 힘내 줘... 넌 더 빨리 구워낼 수 있어
오븐을 열고나서야 이상함을 알았다.
밑에 접시에 올려놓고 구웠어야 했는데 그냥 다이렉트로 올려버린 것이다.
마치 쿠키를 빨래 널듯이 구워버렸다.
처참한 반죽 살해 현장의 참혹함에 나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 귀여웠던 곰돌이가...
무참히도 변형되어 못생긴 감자 덩어리처럼 되어있는 모습을 찍는 내 손이 덜덜 떨렸다.
이 죄를 어떻게 속죄할 수 있을까
맛있게 먹어주는 것 밖에는 속죄의 길이 없었다.
다행히 위층은 무사했다.
사실 펭귄 처돌이가 있어서 펭귄만 무사하면 됐기 때문에 무한한 안심이다.
밑에 층이 뭐 어떻게 되든 펭귄만 살아있다면 뭐든 OK
그... 쿠팡에서 리뷰 보면 다른 사람들은 되게 이쁘게 많이 만들고 했던데
나랑 엄마는 그렇게 예쁘게 만들 능력도 체력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덩어리가 나왔다..
아니 근데 저기 절반은 나름 누름틀에 눌러서 모양 만든 건데 저렇게 나온 거 보면 누름틀이 별로인 거다.
뭐 덩어리면 어때 맛만 좋으면 됐지
업계 포상을 받은 조카의 모습이다.
펭귄이 그래도 꽤 맘에 들은 모양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절대 안 먹고 락앤락에 보관하고 있다.
안 먹고 아끼다간 똥 되는데... 어차피 먹어도 똥 되는 건 마찬가지긴 하지
"맛이 어때?"
내가 살면서 본 사람들 중에 제일 입 짧고 입맛 까탈스러운 놈이라서 어떨까 싶었는데
역시 이런 과자류는 잘 먹는다. 맛있다고 한다.
내 생각에 애가 잘 먹는 쿠키면 어지간한 집의 어린이들에게 해 주면 잘 먹을 식품일 것 같다.
만약 이 글을 살지 말지 참고로 보시는 분들이 있다면 부담 없이 주문하셔서 만들어 드시길 추천드린다.
나도 한 번 먹어봤는데
맛이 꽤 괜찮았다. 정말... 그 어린이들 간식 쿠키 맛이다.
뭐라 형용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 전형적인 어린이들 과자 맛이라고 해야 할까... 조금 느끼한 편이 강하다.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내가 바삭바삭하게 안 구워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식감은 약간 마가렛트 같다.
약 8000원에 아이와 함께, 혹은 본인이 즐기기 딱 좋은 키트.
다시 하라고 하면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건 내 성향이 그렇기 때문이다.
어쨌든 쿠키 하나 만드는데 뭐 계량해서 반죽 만들고 그런 귀찮을 필요 없이 전자레인지와 에어프라이 하나로 뚝딱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큰 메리트인 것 같다
물론 쿠키 양이나 맛은 시제품을 이길 수 없지만
뭔가 특별한 선물로 예쁘게 쿠키를 만들어서 주고 싶다면 꽤 만들기도 쉽고 디자인하기도 쉬울 것 같다.
할 것 없는 연말연시 코로나, 쿠키를 한 번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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