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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문득 느끼게 된 것이 있다.
어느 집이고 사연하나 없는 집이 없다는 것이다.
같은 사연들은 아닐지언정 저마다 무거운 짐 하나씩 안고 지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 짐의 무게는, 내가 지고 있는 무게만큼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나 또한 깊이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다, 갑자기 조금은 버거운 짐을 안게 되고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사연 없는 집이 없더라.
그래, 나만이 이런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겪을 일을 그저, 저마다 조금 더 빨리 겪게 된 거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선배가 된다, 슬프게도.
각자의 무거운 짐은, 절대 가벼워 지지 않는 것 같다.
다만, 그거를 들어내는 각자의 힘이 조금씩 더 강해지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마치 근육이 찢어지고나서야 성장하는 것처럼,
그 짐들은 한순간에 마음속에 내려앉아 마음을 찢어놓고 마음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어쩌다 마음이 유독 약해지면 그만큼 짐을 들어낼 수가 없게 되어버린다.
그렇게 잠시간 그것에 짓눌려버리어 숨을 쉴 수가 없게 된다.
아직, 그 날이 너무나도 생생하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던 엄마의 전화,
고개를 푹 숙이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주체 못 하고 몸을 맡겼던 지하철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엄마에게 안겨있는 조카를 보고 나서야 밀려오는 지독한 현실감
부고 문자를 몇 번이고 쓰다 지우다 보낸 친구에게의 전화와 차마 억누르지 못했던 눈물.
그때의 감정, 냄새, 촉감 모든 것이 산재해있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하다가도, 문득 생각이 훅 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생각에 모든 것이 파묻혀버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호흡은 두껍고 길어져 숨을 좀처럼 쉬기가 어렵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이 그렇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중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나의 죽음으로 인해 슬퍼할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에게 그 슬픔을 주고 싶지 않다고.
아직은, 내 마음이 찢어져있나 보다.
언제쯤 아물어 튼튼해질까, 그 무렵에는 또 새로운 짐이 들어차 찢어버리진 않을까.
이따금, 친구와 이야기를 하곤 한다.
언젠가는 겪을 일이었지만, 이렇게 빨리 겪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며
그 이야기의 끝은 항상 텅 빈 소주병이다.
사연 없는 집 하나 없다지만, 사연 없는 집이 되고 싶다.
유토피아는, 정말 행복할까?
사연 없는 집은, 정말 아무런 근심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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