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누운 매복 사랑니 발치 후기

상연 2021. 2. 13. 15:50

목차

     

     


     

    사랑니 있는 쪽이 아파요

    어느날 갑자기 사랑니 있는 쪽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종종 피곤하면 그랬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웬걸, 일주일이 지나도 계속 욱신거리더니 씹을때도 거슬리기 시작했다.

    인정하긴 싫지만, 어쩔수 없다. 사랑니를 뽑을 때가 된 것이다.

    똑바로 자랐다면 그냥 지내겠지만

     

    이렇게 사랑니가 어금니를 밀고 자라났기 때문에 문제가 여간한게 아니었다.

    저 틈 사이로 음식물이 끼는건 일상이 되었으며

    아프기 시작하면서 저 쪽 잇몸 부근은 붓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뽑을 수 밖에 없는 상황.

    치과에 방문했다.

     


    이건 쉬운 게 아니에요, 수술해야 합니다.

    우선, 뽑긴 해야한다고 하셨다. 

    잇몸이 부어있고, 사이로 음식물이 자꾸 끼어 조금 더 있었으면 어금니가 썩어 임플란트 까지 가는 상황이 된다고.

    타이밍은 잘 맞췄다.

     

    의사 선생님이 CT사진과 X-RAY 사진을 보시더니 말씀하셨다.

    이게 단순히 X-ray 사진만 보면 신경에 닿아있어서 보통 대학병원에 보내는데, 여기 CT 사진을 보면 사실 안 닿아있다.

    그러니까 굳이 대학병원에 갈 필요는 없고, 뽑을 순 있는데 쉬운건 아니다.

    수술을 해야한다. 30~40분 정도 걸리고 뽑고나면 굉장히 아플 것이다.

    당시 CT사진은 못 찍어왔지만... 뭐 일단 그렇다고 한다. 나야 아무것도 모르지만 저번 사랑니를 뽑고 굉장히 고생했던건 아니 내적 한숨만 푹푹 내쉬면서 설명을 들었다.

    뽑는건 문제가 아니지, 뽑고 나서가 문제지.

     


    긴장 푸세요~ 어려운 수술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니 근데 이거 이빨 뽑으러 계속 치과 내원하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빨 뽑기 전에 검사받고 일정 잡고 누워있기 전까지는 계속

    "어후... 엄청 아프실 거에요..."

    "진통제 미리 처방할테니 미리 드시고 오세요"

    "이건 간단한 수술이 아니에요, 어려운 일입니다"

    등등... 계속 나한테 겁만 엄청 줬다.

     

    아니... 나도 아픈거 아는데... 사랑니 뽑을때는 마취해서 안 아픈 것도 아는데...

    이게 나름 신경과 가까이 있는 부분이고 매복이다 보니 아무래도 좀 걱정이 되는데

    자꾸 간호사, 의사분들이 겁을 줘대서 덩달아 긴장이 됐다.

     

    그래놓고 막상 마취 놓고나서는 긴장 풀라고...?

    예끼 이 사람들이 말 같지도 않은 소리하네 

     


     

    누운 매복 사랑니 발치 성공

    우선... 난 또 속았다. 

    뭐 30~40분 걸리는 수술이라고 해서, 그 시간동안 턱 벌리고 있는걸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정작 한 10분 벌리고 있다보니 끝났다.

    어쩌면 유독 빨리 끝났나 싶기도 하다. 의사 선생님이 빨리 뺐다고 하셨던 걸 보면.

    행여나 마취가 덜 풀린상태에서 혀를 깨물어 버릴까 거즈를 꼭 깨문 상태에서

    마트에 들려 팅팅 부어가는 볼을 부여잡고 아이스크림을 한움큼 사왔다.

    사랑니 빼고 나서는 아이스크림을 먹자

     

    지난번 사랑니 발치 하고 너무 아파서 음식도 잘 못 먹고 그냥 아이스크림으로 열감만 다스리는게 다였기 때문에...

    이번엔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왔다.

     


    첫날, 마취 풀리고...

    집에 와서는 일단 볼에 아이스팩을 올려놓고 잠만 잤다.

    자다 보니 어느덧 거즈를 뺄 시간이 되어서 피에 절여서 거즈를 뱉어냈다.

    그러고 나니 슬슬 마취가 풀려가는지 엄청나게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입 안은 욱신거리는 와중에도 허기진 배는 밥달라고 외쳐대는 환장의 콜라보.

    발치 안 한 쪽으로 겨우 카스테라를 살살 씹어 몇 조각을 먹은 후 약을 털어 넣고 다시 누웠다.

    그리고 새벽, 다시 약발이 떨어졌는지 욱씬거림에 일어났고 다시 약을 먹고 잤다.

     


    수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혹부리 영감이 되었다.

    발치 한 쪽 볼이 장난아니게 부어있었다.

    혹부리 영감은 그래도 혹달고 노래라도 잘했지 이건 말도 못하는 상황인걸

    전체적으로 얼굴이 팅팅 부어버렸다.

    할 일 없이 방학을 메이플로 녹이는 백수여서 다행이었다.

    치과 : "수술 날짜 잡아야 하는데 언제 되세요?
       나 : "아무떄나 괜찮아요, 내일 되나요?"


    치과 : "다음에 실 밥 뽑을 날짜 정해야 하는데 시간 언제 되세요?"
       나 : "어... 저 딱히 하는게 없어서 다 괜찮아요... 아무때나 빨리 잡아주세요"

     


    그 이후...

    욱신거림을 계속해서 약으로 누르고 최대한 일상생활에서도 빨대 안쓰고, 급격한 온도차가 나는 음식을 피하며 꾸역꾸역 살았다. 아프긴 했지만 지난번 발치보다는 괜찮았다.

    지난번 발치는 매복도, 누운 사랑니도 아니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중간에 잇몸을 쳤었다고 했었던게 큰 화가 되었던 듯 하다.

    그래서 병원을 바꿨지만...

    어쨌든 꽤 욱신거리고 불편하긴 했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고 걱정대비 고통의 수준은 괜찮았다.

    잠도 그냥 틈만 나면 누워서 잤더니 회복이 빨라서 살도 많이 차올랐다고 한다.

    여전히 아직 차오르지 않은 구멍 사이로 음식물이 들어가서 여간 불편한게 아니지만... 어쩔수 없다.

    그래도 이제 사랑니를 다 뺐으니 앞으로 사랑니 때문에 고통 받을일이 없다는 것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