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3살, 트리 만들기 싫어지는 나이.

상연 2020. 12. 3. 14:55

목차

    12월이 됐다.

    나이 한 살 먹는 것 보다 성탄절은 가깝고

    성탄절보다 기말고사가 더 가깝다.

    크리스마스가 기대되지 않았던게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이 잘 안난다.

    조금씩 머리가 커 가면서 집에서도 트리를 만들지 않게 되었고, 산타는 선물을 주지 않았다.

     

    처음으로 산타가 선물을 주지 않았던게 언제였지. 한 열 살때였을까?

    그때의 나는 아직도 산타를 믿고 있었는데... 안 줬다.

    그날 엄청나게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물어보니까, 그때 내가 산타의 정체를 알 고 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동심이 예기치 못하게 상처 받았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좋아

     

     


     

    그런 내가 오늘 트리를 만들었다. 고통스럽다.

    군대에서 처음 삼겹살 데이하면 고기 먹을 생각에 신나는데 짬 찰 수록 고기 먹기도 전에 불판 닦고 세팅하고 치울 생각에 싫어지는것과 똑같다.

    분명 어릴적엔 즐거웠는데 이젠 아니다. 인생이 찌들었나보다.

    유일하게 신난 사람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있다.

    애 하나 때문에 대가 끊긴 트리가 돌아왔다.

    그리고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건 좀 과소평가다. 나라 하나쯤은 필요하다. 어린이의 체력은 사회에 닳고 닳은 어른들이 감당할 사이즈가 못 된다.

    깡!
    이짓만 안했어도...

    사실 괴로운 이유가 따로 있었다.

    내가 삽질을 했다. 밑의 기둥 트리가 뭐 묶여있길래

    "이거 풀면 트리가 좀 더 풍성해 보이나?" 싶은 생각에 노끈을 천천히 풀었는데

    위의 사진처럼 분해됐다 ㅋ ㅋ ㅋㅋ ㅋ ㅋㅋ ㅋ ㅋㅋ ㅋㅋ 하... 저거 다시 묶는데 힘들었다.

    맨 트리만 만들었을 뿐인데 목이 아파왔다.

    중국산이라 그런건지 뭔진 모르겠는데 아무튼 호흡기엔 안 좋은 거 같다.

    저거 재결합한다고 하도 가루를 날려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다 업보다 이게

    즐겁니...?
    트리 경력 5년차 장인

    트리 머리에 별 달아야 하는데

    별이 왤케 공산당 느낌 나는 별이지. 혁명 일으키기 딱 좋다.

    꼭대기에 안 꽂혀서 차선책을 택했다.
    즐겁냐구...
    Look at this
    새침
    별의 커비
    재채기 발사 1초전
    축지법으로 나라가야지~~~

     

    가면 갈수록 사람 하나 만드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는다.

    벌써 올해가 마무리 되어간다... 두고두고 기억해야할 한 해다.

    이렇게 힘든 한 해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