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및 공략/게임

카트라이더 서비스 종료, 그리고 내 이야기 - 1(C1~SR)

상연 2023. 4. 1. 04:54

목차

    카트라이더 서비스 종료

     

    카트라이더가 서비스 종료했다.

    필자는 98년생이다. 그리고 카트라이더는 04년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래 내가 7살때 출시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슬슬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다룰 시점이 그 즈음 이었으니 필자의 인생 경험의 대주주쯤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도 내 인생에서 정말 많이 플레이 한 게임 중 하나이기도 하고 말이다.

    여태껏 플레이 했던 게임이 서비스 종료했던 적이 없던건 아니었지만, 보통은 게임을 안하고 있다가 생각이 나서 찾아보니 그제서야 서비스 종료 소식을 알고 아쉬워 했었지 이렇게 플레이 하던 중에 서비스 종료한 적은 처음이었다.

    카트라이더의 골수 팬으로서 드리프트의 성공을 굉장히 바랐고 모든 CBT에 참가하며 즐거워했지만 당연히 카트1은 그대로 갈 줄 알았었는데 처음 서비스 종료 소식을 듣고 허탈했던 기억이 남는다.

    서비스 종료를 할 게임이라기엔 겨울방학 대규모 업데이트로 해상도 패치와 기존 테마의 텍스쳐 리마스터가 진행되었고 너무나 열심히 업데이트 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더욱 더 마음이 아팠다.

    비록 새벽 4~5시쯤 되면 게임을 할 사람이 없어서 하염없이 사람을 기다리다 마지못해 끄던 그런 게임이었던 터라 서비스 종료라는 결정에 대해 참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감정이 앞선다.

    지난 약 20년의 시간동안 수많은 시간대에 걸쳐 카트라이더는 내 삶에 존재했던 인생 게임이었고, 앞으로도 될 예정이기에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내 인생에서의 카트라이더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기록해볼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비스 종료를 한 지금이야 말로 기록을 남기기에 가장 적절한 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카트라이더 첫 만남 ~ SR 엔진 시절까지

    아직도 처음 카트라이더를 접했던 그 날이 기억에 생생하다.

    문득 아빠가 요새 굉장히 유행하는 게임이 있다면서 시켜준다고 했었고 넥슨 아이디를 만들어 나와 누나에게 알려준 후 카트라이더 튜토리얼을 시켜주었다. 그때가 2005년 1월 2일이었으니 나로서는 이제 막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린애였고 처음에는 기본 조작조차도 어려워해서 상당히 오랜시간 도전했었다.

    그때는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모르겠다. 제대로 앞에 가지도 코너도 못 돌았던 주제에 뭐가 마냥 그렇게 재밌었을까

    최근 내 조카에게 마인크래프트를 시켜보면 제대로 할 줄 아는것도 없으면 마냥 재밌어하던데 뭐 비슷하지 않나 싶다.

    어쨌든, 그렇게 여차여차  튜토리얼을 마치고 아빠가 게임하는걸 보여준다면서 아무 멀티방에 들어갔었는데 아직도 그 맵이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날 찍은 사진

    사막 지옥의 모래구덩이

    이 맵의 특색이라면 중간에 말 그대로 구덩이가 있는데 이 구간 즈음에서 아이템으로 공격을 하던 자석을 하던 뭘 하던 재밌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그런 재밌는 맵이었다.

    정말 어릴때 이후로는 이 맵을 하지 않았었는데 오랜만에 와서 보니 감회가 참 새롭더라.

    그 당시에는 아빠가 하는걸 옆에서 구경하면서 아이템 누르라고 열심히 외쳐댔던 것 같다.

    이것이 나의 카트라이더에 대한 첫 기억이다. 저때가 아마 카트 첫 번째 엔진인 C1엔진 시절이었을텐데 그 이후로 PRO를 거쳐 SR 시절까지 꾸준히 카트를 플레이 했던 것 같다.

    그때 당시에는 루찌 하나하나가 굉장히 소중했었는데, 특히나 어린 애가 얼마나 잘해봐야 얼마나 했겠는가. 1등은 고사하고 리타이어가 일상이었기에 완주라도 하면 너무 행복했던 시절이어서 게임으로 루찌를 번다는건 말 그대로 티끌모아 태산의 수준이었다. 아이템전에서 풍선이 미사일에 맞아 10루찌라도 주면 그날 최고의 하루였던 시절...

    뭐 어쨌든 꾸준히 하다보니 어느덧 5000루찌라는 거금이 모였었고 그 당시 같이 계정을 쓰던 누나와 깊은 고민을 했었다.

    과연, 이 루찌로 뭘 사야 잘 샀다고 소문이 날 것인가.

    기억으로는 캐릭터를 사느냐(처음 고른게 하필 다오였고 디지니가 탐이났었다) 아니면 C1엔진 차를 사느냐의 뭐 그런 사소한 선택인데 그 당시 어린이들에게는 직장 취업을 어디로 하느냐 급의 중대사항이었다.

    그리고 왜 이런 결정이 나왔는지까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세이버C1'을 샀다.

    아마... 아마도, 정말 높은 확률인데 그 당시 카트라이더를 기반으로 한 게임 만화책이 있었다. 어릴때 굉장히 재밌게 보다가 언젠가부터 코믹 메이플스토리 사야해서 안 샀던 뭐 그런 만화책인데 거기에서 내가 알기로 2권인가? 다오가 사막맵을 할 때 누가 차를 선물해주는데 그게 세이버C2, 원작에는 없지만 그 원작의 C1을 개량한 버전을 탔던걸로 기억한다.

    추억이 있는 만화책... 쥬니버 만화이런곳에서 미리보기로 10페이지정도 볼 수 있는데 그걸 참 열심히 봤었다.

    자꾸 이야기가 따로 새는데, 그냥 감안하고 봐주시면 좋겠다. 어쨌건 내 기억으로는 그게 너무 멋있어보여서 난 무조건 이걸 사야해로 결정이 나서 샀던게 아니었나 하는 기억이 남는다. 그리고 아마  배찌가 루루라고 변기모양 카트를 타는게 그게 너무 좋아보여서 사고싶었다가 15000루찌였나 하여튼 너무 비싸서 매일 상점들어가서 구경하고 침만 줄줄 흘렸었던것 같다.

    그 당시 카트라이더는 정말 전국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대작이었기 때문에, 주변 어른들의 경우에도 하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대표적으로 기억에 남는게 피아노학원 차량 운전해 주시는 분이 카트를 하셨었는데 어린시절의 나에게 그분은 정말 말 그대로 카트 지존이자 초고수이자 루찌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거부 그 자체였다.

    어린 마음에 순수한, 악의없이 였지만... 아마 그분은 좀 짜증났을거 같다. 어쨌든 매일같이 집에 가는길에 그 분에게 붙어서 제발 솔리즈 R4 하나 선물해달라고 빌빌 빌었던 음 그런 기억이 있다. 마치 창과 방패의 대결같이 그분도 절대 들어주지 않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제 이야기는 C1엔진을 지나 R4엔진으로 넘어가게 된다. 아마 근본 라인업중에 솔리드가 계속해서 루찌였고 나머지는 다 캐시였나 그랬을거다. 정말 늘 세이버는 간지 라인업 그 자체로 보기만해도 가슴이 떨리는 그런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어린시절의 나는 캐시충전에 목말라했었고 언젠간 세이버 차량 365일권을 사겠다는 부푼 꿈을 가진 그런 희망찬 아이였다.

    어쨌든 현실 차는 몰라도 카트 차는 알았던 나에게 이 솔리드R4는 갖기엔 너무 먼 친구였다.

    17,000루찌를 모아야 했는데 앞서 말했듯 5천 루찌도 어린이한테는 손이 벌벌 떨리는 거금이었던 탓이다.

    근데 뭐 이걸 어떻게 얻었는지에 대한 과정은 기억이 안나는데 언젠가부터 이걸 타고 다닌 기억이 있다.

    그때가 아마 내가 초록장갑 파란장갑쯤됐던거 같은데 여느 주말과 같이 나는 방 한구석에 놓인 노트북으로 카트라이더를 키고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방에 무지개 장갑이 들어왔는데 그 당시 무지개 장갑의 위상이란 가히 군대의 3스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초-----지존 그 자체를 상징했고 보기만해도 위압감에 눌려서

    '감히 내가 저 사람을 이길 수 있을리가 없어!!! 저 사람은 완전 초 지존 고수 왕 짱인데 어떻게 내가 이기지 ㅠㅠ'

    이런 마음을 절로 들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분히 한국인 게이머의 피가 흐르다 못해 터질것 같던 나에게는 호승심을 자극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부담감을 한껏 갖고 시작한 1:1 매치.

    굉장히 놀랍게도 내가 이겼었다. 그 때 대체 얼마나 기뻤던건지 이기고 나서 안방에서 티비를 보고 있던 엄마아빠한테 가서 무지개 장갑을 꺾어버렸더라고 승전보를 울리러 방방 뛰어갔었던 기억이 있다.

    전쟁에서 막고라를 떠서 적장의 목을 따도 그렇게 기뻐하진 않았을 것 같다.

    뭐... 그런데 이제 그 이후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사람이 이게 한 번 큰 역치의 승리감을 맛보니까 이제 무지개장갑 밑의 그저 그런 어중이떠중이들로는 성에 차지 않았나 보다.

    날 이기려면 최소 무지개 장갑은 들고와라

     

    아마 그리고 그 즈음 메이플을 접하게 된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메이플도 추억관련해서 참 할 이야기가 많은데 어쨌든 일주일 두 시간 게임 제한이 있던 나에게 두 세계를 지키는건 참으로 벅찬 일이었기 때문에...

    뭐 그럼에도 카트는 꾸준히 했었고 그러다 어느날 내 인생 첫 캐시충전의 날이 다가온다.

    아이템이 없으니까 게임하기가 너무 힘들어!!!

    그래, 그때즘부터 슬슬 템탓을 하기 시작했다. 공방에 들어가면 어른들은 호화롭게 간지나는 고글끼고 구름도 다 꿰뚫어보고 우주선 맞아도 전자파방해 밴드가 막아주고 미사일도 풍선이 다 막아주는데 학교 끝나고 아이스쿨 하나 사먹으면 행복한 초딩한테 그런 돈이 있을리가 없으니 나는 어쩌다 1등을 해도 무수히 쏟아지는 공격세례에 후순위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이 즈음 슬슬 머리가 굵어져서 아빠에게 제발 게임 템좀 사달라고 애걸복걸을 했고 징징거림에 지친 아빠는 결국 아이템을 사줬었다. 캐시를 만원인가 충전해줬던거 같은데 그 돈을 이제 어떻게 배분하느냐.

    자 이제 회사를 이직할때만큼의 큰 중대사항 고민이었다.

    우선 가장 1순위는 고글이었다. 고글은 소모품이 아니기때문에 계속해서 쓸 수있는 유용한 아이템이었기 때문이고 전자파방해 밴드와 풍선은 어찌어찌 이벤트로 받는걸 꾸역꾸역 쓴다고 패스했다. 그리고 아마 캐릭터 1일치와 세이버PRO 7일권을 샀었던 것 같다.

    여기서 핵심은 세이버PRO다. 정말 단언코 역대 차량 디자인 TOP10에 들어도 할 말 없는 그런 초고수의 상징 그자체인 차량. 리그 선수들이 모두 탔었던 그 최강의 차량!! 이거에 설레지 않을 초등학생은 없었던 것이다.

    서비스 종료날 그 때의 기분을 재현했다.

    그렇게 결제를 해 주고 아빠는 자기도 해본다며 공방을 들어갔고 그 때 세이버PRO 첫 시승맵이 이 해골 손가락이었다.

    얼마나 멋있었는지 멀티플레이 들어갈때마다 괜히 우쭐해지는 기분이었고

    차량의 기간이 하루씩 줄어들때마다 장기가 하나씩 뜯기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렇게 있다 없어지니 괜시리 공허함이 커졌던 탓인지 카트는 그럭저럭 플레이하다가 SR 시절로 넘어가게된다.

    이때의 차량 디자인도 정말 하나같이 역대급이지만 나의 가슴을 울리는 차량은 단 하나였다.

    '로디 파이론', 하... 정말 뭐랄까 그 당시 다른 라인업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고고함이 느껴지는 귀족적인 카트바디 그 자체였다. 그리고 또 그 SR 엔진부터 부스터가 좀 멋있어진다. 그게 로디파이론의 세련된 디자인에 합쳐지니 정말 뻑이 안갈수가없었고 초딩의 무한 징징이로 결국 아빠에게 캐시충전을 허락받고 사게된다.

    근데 막상 사고나서 처음 공방에 들어갔는데 실력이 구려서 용암굴에 빠지고 리타이어해서 시무룩하고 바로 껐었던 기억이 있다...

    여기까지가 우선 SR까지의 내 이야기이다. 로디파이론 사고 꾸준히 게임을 하긴 했는데 사실 기억은 잘 안나고 그 다음에 Z7엔진이 시작할 즈음부터의 기억이 또 일부 있는데 어쩌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지는것 같아서 우선 여기서 끊고 다음편에서 Z7~서비스종료때까지의 기록을 남겨볼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