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및 공략/어린이제품

재주는 어른이 부리고 기쁨은 아이가 받는다. (아이클레이 펭귄만들기)

상연 2020. 12. 24. 16:47

목차

    '포브스 선정 아이에게 가장 사주기 싫은 장난감 1위'

    찰흙류 장난감이다.

    왜냐? 이유가 여러가지 있는데 우선 첫 번째, 지속성이 굉장히 구리다.

    정말 그림대로 아이가 예쁘게 공예를 해서 그거를 천년만년 잘 가지고 놀면 유토피아겠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절대 그럴리 없다. 본인 어린시절만 생각해도 우선 모든 색을 섞어가며 점차 잿빛으로 물들어가는 클레이의 색과 덩달아 잿빛으로 화하는 보호자의 모습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은 공예를 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

    그럼 이제 여기서 또 이유가 하나 더 발생한다.

    두 번째, 가성비가 구리다. 왜? 찰흙류 가격은 얼핏보면 그렇게 비싸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첫 번째 이유처럼 일회성으로 끝나는 장난감임을 고려하면 어떻게 되냐? 가성비가 굉장히 구려진다... 이말이다.

    세 번째, 치우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이 이유가 가장 크다. 찰흙의 특성을 잘 생각하면 사방 팔방에 잘 들러붙는다. 기름기가 있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은 절대 얌전히 가지고 놀지 않는다. 폭풍 성장하는 촉감 발달과 함께 사방 팔방에 점토폭풍을 일으킨다. 이정도면 프로토스도 한 수 접고 갈 폭풍이다.

    그리고 그 후폭풍을 누가 감당하는가?... 말하지 않아도 우린 알고 있다.

    클레이 색 == 보는 내 마음

     

    "삼촌, 펭귄 언제와????"

    예로부터 택배기다림과 국밥 한 숟갈 후 얼큰한 한 마디 내 뱉기는 인류의 DNA에 내재됨이 틀림없다.

    근데 내 조카는 좀 DNA가 강한 것 같다. 그만 보채...

    오늘 여기서 또 하나 육아 팁을 얻고간다. 

    무언가 주문을 했으면 나만 알고 있자. 괜히 시켰다고 알려주지 말자.

    이제 만족해? 만족하냐고

    원래는 하루 전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그 뭐 어디지 암튼 대형 HUB에 잠시 갇혀있었는지 하루 지연됐다.

    내 택배 하루지연되면 그래도 좀 괜찮은데 애들 택배가 지연되면 가슴이 철렁한다.

    징징거림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어찌됐든 그래, 도착하면 된거야... 그걸로 됐어

     

    그래서 펭귄은 누가 만드는데

    내가 만든다 

    원래는 흰색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4개 색상 클레이가 들어있는데

    흰색은 없다. 왜? 이미 조카가 조물럭 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이 RBY로 펭귄을 한 번 만들어보자.

    어떻게 만드는지 설명서가 있길래 조금은 기대했는데

    음... 없느니만 못한다. 

    이건 뭐 거의 밥 로스의 그림 그리기 설명과도 같지 않은가? 어때요, 참 쉽죠?

    그냥 대충 제품 그림 보고 필대로 만들어 보도록 하자.

    어차피 내가 얼마나 못 만들던 조카가 만드는 것 보단 잘 나오고, 조카는 좋아한다.

    (R + B ==  P) is T

    우선 펭귄의 몸통이 될 보라색 동그래미를 만들어준다.

    주어진 색에 보라색은 없지만 걱정하지 말자. 색은 배합하면 된다.

    빨간색과 파란색을 1:1 정도로 섞은 후 조금 어둡다 싶으면 흰 색을 조금 섞어준다.

     

    그런 흰색은 없읍니다.

    근데 내가 열심히 보라색을 만드느라 한 눈 판 사이 이놈이 흰색을 더럽혔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더럽히면 내 손해냐 이상한 펭귄 받을 너가 손해지 임마

    어쨌든 흰색도 조금 섞어서 몸통을 만들어 줬다.

    배때지도 만들어서 붙여준 모습이다.

    조카의 어시스트로 펭귄 배때지 - 오로라 ver 이 완성되었다.

    그 다음 조금씩 그림을 따라 만들어 갔다.

    눈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그림에는 ^-^ 이렇게 웃고 있는 눈인데

    나는 차마 그 조그맣게 얇게 눈웃음을 만들 자신이 없어서 그냥 댕그랗게 만들어서 붙이기로 했다.

    원래 노래방에서도 원키로 못 부르면 키 낮춰서 부르는게 맞다. 자기 실력으로 평준화해서 소화하는 사람이 되자.

     

    멍----청
    아무 생각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 붙이는 쯤에서부터 너무 집중하다보니 사진을 안 찍어서 과정이 없는데

    일단 대충 이렇게 만들었다.

    근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새삼 눈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진짜 멍청하게 보인다.

    약간.. 고라파덕 느낌이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더니 옛말 틀린거 하나도 없다 정말.

    흠...근데 뭔가 심심한걸? 그림을 보아하니 뭔가 머리가 있다. 근데 만들기 어려워 보이는걸

     

    머리에 바나나 아님

    그래서 왕관을 만들어 씌워 주었다.

    그렇다고 멍청한게 가시진 않지만, 좀 덜 심심해 보인다.

    그래도 조금 잘 만든거 같은데

    나름 내 인생에서 만든 클레이 중 제일 잘 빠진 거 같다.

    우리 아이가 정말 좋아해요~

    대충 만드는데 한 1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한 개당 1700원이었고 10분에 만들어서 줬으니 그렇게 나쁘진 않은 교환비였다.

    이렇게 내가 수공업해서 주면 가성비가 괜찮아지는 클레이지만

    이제 남은 클레이를 가지고 놀라고 자유를 주는 순간 그런 가성비는 왕창 깨져버리는 비운의 장난감이다.

    그래도 뭐... 아이가 좋아하니... 그걸로 된 거 아닐까?

     

    클레이를 사 주려는 자, 청소의 무게를 견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