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및 공략/여행

느린것도 좋아, 날씨는 흐려도 기분은 맑아지는 부산 이바구길 여행

상연 2021. 3. 3. 02:36

목차

     

    오늘의 날씨는 흐림

    큰 맘 먹고 나선 부산여행이 우중충한 날씨로 울적해졌다.

    맑은 햇살에 선선한 바람을 기대했지만 돌아오는것은 거무튀튀한 하늘에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듯한 습도였다.

    씁쓸한 마음으로 숙소를 나서 이바구길로 향했다.

    부산역에서부터 설렁설렁 걸어 올라가는데 한 방울 한 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산도 없는데

    부산 이바구길 입구

    입구에 도착하자 슬슬 비가 무시하기엔 애매하게 내려왔다.

    어디서든 우산을 구해야 하는 상황속, 그때 마침 어릴적 학교 앞에서 자주 보던 문방구가 보였다.

    어린시절의 문방구

    어린시절의 향수에 젖으며 문방구에 들어서서 주인 할머님께 우산이 있는지 여쭈었다.

    할머니는 되려 우리에게 비가 오냐며 물어보시곤 한쪽 구석에서 어린 학생들이 쓸법한 작은 우산 뭉치를 빼오셨다.

    가격은 하나에 3000원, 편의점 우산보다 싼 가격에 두 개를 샀다.

    조금만 힘을 주면 부러질듯 약해보이는 우산을 소중히 꼭 쥐고 이바구길을 올라갔다.

     

    올라가다 보니 캐리어보관소가 보였다.

    그곳에서는 마을 어르신분들이 도란도란 모여서 이야기꽃을 나누고 계셨다.

    그러던 중 우리를 보시곤 반갑게 인사해주셨다.

    마침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등에 매고 있던 가방이 거슬리던 참에 맡길까 했었는데 아쉽게도 돈을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곤 그냥 메고 가는게 낫다며 즐겁게 다녀오라 하셨다.

     


    이바구길 모노레일

    이바구 승강장

    약간의 계단을 오르니 이바구 승강장이 보였다.

    이바구길의 명물, 모노레일을 타는 승강장이다.

    이바구길은 이 모노레일을 중심으로 볼거리들이 포진되어있다.

    우리는 올라갈때는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올때는 계단을 걸어 내려오기로 했다.

    이바구길 모노레일

    승강장에 들어서서 계단을 올라서면 대기실이 나온다.

    우중충한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득시글했던 감천문화마을과는 달리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동네주민분들이 마침 막 시장에서 장을 보고 오셨는지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쥐시곤 익숙한듯 모노레일을 탔다.

    모노레일의 창밖 풍경

    관광객들이 익숙한듯 무심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으시는 주민분들과 함께 모노레일을 타자니 참 기분이 묘했다.

    뭔가 모노레일 밖을 마구 찍자니 괜시리 머쓱해지는 그런 기분 말이다.

    일상과 특별한 풍경이 교차하는 모노레일은 생각보다 금방 올라갔다.

    직접 168계단을 올라가면 꽤나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이바구 공작소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보니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고 있었다.

    이바구 공작소는 원래 월요일이 휴관일이라는것은 오기 전 알고있었으나

    연 가게가 거의 없는 풍경을 보자니 조금 생기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천천히 걸어가며 구경하던 도중 재밌는 가게를 찾았다.


    아나로그 초량

    이바구길 초량 아나로그 샵

    바로 '아나로그 초량'

    간판에서부터 엔틱한 느낌이 물씬 풍기며 무언가 이목을 잡아끄는 가게였다.

    추억 물품

    그곳은 어린시절 다들 한번쯤 보고 만져봤을 그런 물건들로 가득찬 보물창고였다.

    못난이 인형

    사실 나는 잘은 모르지만, 항상 엄마가 보곤 추억에 잠기셨던 못난이 인형.

    어린시절 집 선반에 하나씩은 올려져있었던 인형들이다.

    데코레이션냥

    이렇게 눈을 잡아끄는 데코레이션 물품부터

    스니치 목걸이

    초점이 뒤쪽으로 잡혀버렸는데, 잘 보면 5개의 목걸이가 매달려있다.

    맨 왼쪽에 스니치 목걸이가 있었는데 어렸을적 해리포터를 미친듯이 좋아했던 나로써 몹시 탐나는 물건이었다.

    스니치라니? 해리포터 좀 읽어본 소년 소녀들에게 스니치는 선망의 물건이 아니겠는가?

    목에 걸기는 뭐하지만 가방에 잘 매달아 두면 꽤나 예쁠듯한 물건이었다.

    미니 소주

    그리고 한 쪽구석에는 미니 소주들이 한짝 가득 차있었다.

    용량대비 가격은 좀 많이 사악한편이지만... 애주가들에게는 집에 전시하기에 정말 좋아보였다.

    사실 누가 저걸 사서 먹겠는가, 먹고싶으면 편의점에서 1500원주고 사먹지

    타락에몽

    그 위에는 맨날 징징거리는 노진구탓인지 세속에 찌들어 타락해버린 도라에몽이 앉아있었다.

    지 코보다 큰 필터의 담배를 뻑뻑 펴대며 노려보는 도라에몽, 이건... 귀하군요...

    진로 굿즈

    최근? 최근은 아니다 솔직히, 내가 군대있을때도 진로 리턴즈라고 해서 이 퍼런개구리가 설치기 시작했으니

    근데 솔직히 뭔가 진로가 맛이 깔끔해서 많이먹게 되긴한다.

    아마 낮은 도수탓이겠지?

    아무튼 요즈음 우리에게 친숙한 파란개구리 굿즈들이 한구석 가득있다. 이 개구리도 예전의 추억일테니

    이 외에도 고무줄 총, 콩알탄, 딱지 등등... 추억의 물품들이 한가득있었다.

    그때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집에와서 글을 쓰려보니 구경하는데 정신이 팔려 사진을 얼마 못찍었던듯하다

    구경을 하고 나와 맞은편을 보니 모노레일 옆에 전망대가 있었다.


    이바구 168계단

    이바구 전망대

    전망대에 망원경이 두 대 있었는데 한 대는 망가져있었고, 한 대만이 운용되고 있었다.

    이바구 전망대 망원경

    이런 망원경이 몇배율인지는 모르겠으나 저 멀리 있는 항구의 풍경이 생생하게 엿보였다.

    모노레일

    그리고, 차츰차츰 내리는 비에 젖어들어가는 모노레일을 옆에 두고 우리는 168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바구길 별을 따는 아이

    모노레일로 순식간에 올라올 때는 몰랐는데 천천히 내려가다보니 이것저것 볼것이 많았다.

    열 계단에 하나꼴로 발을 잡아끄는것들 투성이들.

    이바구길에 오기전 많은 블로그에서 올린 별을 따는 아이 그림도 있었다.

    다만 내려오는 길에도 많은 가게들이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아마, 코로나 탓인가 싶다.

    관광객으로 먹고사는 관광지에게 일년넘는 여행 비비비비수기는 참으로 가혹하다.

    문방구에서 산 자그마한 어린이 우산에 몸을 숨기고 내려오는 길

    이바구길은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뭔가 관광지로써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진 않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람냄새나는 정겨운 분위기속에 잔잔한 분위기가 참 좋은 곳이었다.

    이바구길 입구에 써져있었던 '느리지만 삶이 즐거운 곳' 이 말이 참 어울리는 장소같다.

    다른 관광지가 놀이공원이라면 이바구길은 전시회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이바구길 168계단


    어린시절 문방구 뽑기

    흐린 날씨였음에도 무언가 마음 한구석을 따듯하게 하는 이바구길 동네 어르신분들의 배웅과, 길의 풍경을 뒤로한채 내려가던 중 또 추억을 자극하는 문방구 가게가 보였다.

    그곳에는 어린시절 혓바닥을 색소로 물들이며 열심히 먹어치웠던 맥주사탕부터 불량과자라 일컬어지던 차카니 등지의 식품으로 빼곡했다.

    그리고 한쪽 바닥에는 뽑기판이 놓여있었다.

    문방구 뽑기

    한창 확률로 뜨거운 감자인 메이플 그림이 박혀있는, 확률을 알 수 없는 뽑기라니 참으로 묘한 기분에 휩싸이며 우리는 열번의 뽑기를 했다.

    사실, 처음에 다섯번만 하려했는데 이 별거아닌 뽑기가 주는 재미가 2연속 갓챠를 지르게했다.

    그동안 게임산업이 확률로 재미를 본건 역시 인간의 근본적인 즐거움 요소를 건드렸기 때문이겠지

    결과는 5개의 당첨, 5개의 꽝.

    비록 당첨 상품은 별거아닌 사탕 4개에 작은 과자 하나였지만...

    그래도 나름 요즘게임보다는 확률이 뛰어나게 좋다는 생각이 들면서 재밌는 경험이었다.


    이바구길을 내려와 초량밀면

    이바구길을 다 돌고 내려오니 적당히 점심시간이었다.

    아침을 먹지 않아 주린배를 쥐고 미리 알아봤던 초량밀면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미 많은 인파가 몰려 대기줄이 꽤 늘어져있었다.

    순간 다른걸 먹을까 싶었지만 아무래도 면 음식이다보니 회전율이 빠를듯하다는 생각에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대략 20명 남짓한 수의 대기줄은 금세 줄어들어 우리차례가 되었다.

    초량밀면 육수

    가격이 몹시 싸다.

    밀면 중자가 5000원 대자가 5500원이다.

    오자마자 놓여있는 육수를 한모금 마시며 축축한 비의 냉기를 날려보내며 곧 나올 음식을 기다렸다.

    육수는 일반 냉면집에서 맛보는 짭쪼름하고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평양냉면같은 조금 삼삼한 맛을 가지고 있었다.

    초량밀면 만두

    먼저 만두가 나왔다.

    만두는 속이 꽉차있었는데 꽤나 채소의 비율이 많은 만두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혀 채소맛이 강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기와 어울려 굉장히 깔끔한 맛을 보였다.

    원래 6개가 나오지만 허겁지겁 먹어보느라 이미 2개가 사라진 만두들이다.

    정말 맛있다.

    초량밀면

    이렇게 면을 잘 말아서 나오는 곳은 처음이었다.

    보통은 젓가락을 말린 면에 집어넣고 헤집으면 모래성 무너지는것 마냥 금세 풀어헤쳐졌는데

    초량밀면의 경우에는 마치 진흙에 젓가락을 집어넣고 헤집는것 마냥 거센 저항이 느껴졌다.

    그만큼 저 똘똘뭉친 말이 안에 엄청난 양의 면이 가득 차 있었다.

    초량밀면

    그리고 한 젓가락을 집어 먹어보자 정말 시원한 느낌이 훅 들어왔다.

    온 몸이 개운해지는 그런 깔끔한 맛이었다.

    자극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아무생각없이 젓가락질을 하게 되는 그런 맛이었다.

    초량밀면

    친구가 시킨 비빔밀면이었다.

    한구석에 보이는 땅콩과 맛있는 양념이 환상의 조화를 보이는 맛이라고 했다.

    만두까지 포함해서 2인 16000원에 정말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부산에 왔다면 한 번쯤은 들릴만한 곳...

    추후 포스팅을 추가로 작성하며 다른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 하겠지만 이바구길은 충분히 가 볼만한 장소라 생각된다.

    감천문화마을은 많은 사람들 틈새에 사진을찍는지 사람을 찍는지 모를지경에 번잡함이 강한데 이바구길은 그에비해 상대적으로 잔잔한 느낌을 준다.

    이런 느낌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참 좋은 여행지라 생각한다.

    또한 위치또한 부산역에서 걸어서 10분~20분정도이기때문에 차가 없는 뚜벅이 여행자들에게는 더더욱 좋은 장소라 자신한다.

    대략 한~두시간의 이바구길 코스를 마무리하고 내려와서 초량밀면으로 목을 축이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